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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42호] 생물다양성이 국가 신용등급을 좌우한다?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할 4가지 쟁점
- 작성자 :
- 관리자
글로벌 생물다양성 동향 Vol. 42
생물다양성이 국가 신용등급을 좌우한다?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할 4가지 쟁점

금융시장은 금리, 물가, 재정적자, 정치적 불안 등 다양한 위험을 국가 신용등급과 국채 금리에 반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거의 고려되지 않는 중요한 위험이 있다. 바로 생물다양성 손실과 자연 훼손이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채무 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다.
① 경제와 금융은 생각보다 자연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인 약 44조 달러는 자연과 생태계서비스에 중간 이상으로 의존하고 있다. 숲은 강수량을 유지하고, 곤충은 농작물의 수분을 돕고, 습지는 홍수를 완화하며, 건강한 생태계는 산업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지역 은행 대출의 약 75%가 하나 이상의 생태계서비스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자연 훼손은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라는 의미다.
② 시장은 아직 자연 관련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아직 금융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1)에 따르면 자연 관련 위험은 지속가능성 위험 가운데 가장 평가가 미흡한 분야다. 신용위험 평가 과정에서 상당수 금융기관은 물리적 자연위험과 자연 전환위험2)을 모델에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상황이 더욱 뒤처져 있다. 현재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국가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생물다양성 손실이나 자연 훼손을 핵심 평가요소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TNFD 프레임워크에 따라 자연 관련 위험을 공시하겠다고 약속한 기업과 금융기관은 올해 700곳을 넘어섰으며,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22조 달러에 달한다.
③ 자연을 고려하면 국가 신용등급도 달라진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2026)3)는 국제 신용평가사 S&P Global의 국가신용평가 방법론을 확장해 생물다양성 위험을 국가신용평가모형에 반영하고, 23개국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자연 훼손이 지속될 경우 2030년 세계 GDP는 약 75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 심각한 부분적 생태계 붕괴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GDP가 매년 약 2조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➃ 도구는 있지만 의무가 없다
자연 관련 위험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가격에 반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는 이미 마련돼 있다. 현재 부족한 것은 자연 위험을 평가할 능력이 아니라 이를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적 의무다. 데이터는 공시를 통해 제공되며 공시가 의무화되어야 공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흐름은 이러한 필요성과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역시 독립적인 생물다양성 공시기준을 새로 제정하기보다는 기존 IFRS S1의 적용을 지원하는 ‘실무지침(Practice Statement)’을 마련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한편 지난 6월 열린 EU 환경이사회에서 각국 장관들은 자연 훼손이 국가 경쟁력과 경제 회복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환경정책 기관뿐 아니라 금융당국, 중앙은행, 신용평가사, 투자기관 등 여러 주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자연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위험평가와 자산가격, 투자 및 대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제도적 연결고리가 마련돼야 한다.
자연에 투자하는 것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경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다. 자연 관련 위험을 계속 외면한다면 금융시장은 위험을 잘못 평가하게 되고, 그 비용은 결국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가 부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정부와 금융시장은 지금 비용을 들여 자연 훼손을 예방할 것인가, 아니면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며 미래의 피해를 수습할 것인가.
1)
UNEP FI(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Finance Initiative,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1992년 설립된 유엔환경계획(UNEP)과 글로벌 금융권의 협력 이니셔티브로, 은행·보험사·투자기관과 함께 지속가능금융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금융시스템의 ESG 및 자연·기후 관련 위험의 통합을 지원한다.
2)
자연전환위험: 자연을 보호·복원하는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책, 법률, 기술, 시장, 소비자 선호 등이 바뀌면서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발생하는 재무적 위험(예:산림 파괴 규제가 강화돼 원재료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 소비자가 환경 훼손 제품을 기피해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 등)
3)
Agarwala, M. 외, 「생물다양성 손실이 국가의 미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Biodiversity loss will decrease the future creditworthiness of nations)」, Nature Ecology & Evolution, 2026.